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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평 『브람스를 좋아하세요?』 – 사랑이란 이름 아래 숨겨진 체념과 고독

by IP1752 2025. 6. 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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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강



인생의 어느 시점, 우리는 모두 폴이 된다

『브람스를 좋아하세요?』는
프랑수아즈 사강이 보여주는
사랑에 대한 가장 절제되고 절망적인 해석이다.

이 책은 무언가를 확신하는 사람보다,
확신할 수 없어서 멈춰서는 사람의 이야기다.
그리고 그 망설임 속에 모든 감정이 응축되어 있다.

줄거리보다 중요한 건 ‘감정의 결’
주인공 폴은 사랑하고 있다.
시몽은 그녀를 사랑하고 있다.
로제는 그녀를 떠날 수 없고, 그녀도 로제를 완전히 떠날 수 없다.

이 소설은 누가 더 사랑하고, 누가 상처받는지를 묻지 않는다.
대신 말한다.
“사랑은 서로 다른 속도로 흐를 수 있다.”
그게 얼마나 잔인한 일인지를.

사강의 문장, 고통이 아니라 온기로 다가오다
사강의 문체는 차갑다.
그러나 그 차가움은 독자의 감정을 자극하지 않고,
오히려 안으로 더 깊숙이 파고들게 만든다.

문장이 짧고, 묘사는 간결하다.
그러나 단 한 문장만으로도
관계의 본질을 통찰하는 힘이 있다.

사랑은 늘 완전하지 않다
이 작품이 가진 가장 현실적인 부분은
사랑이 우리를 구원하지 않는다는 진실이다.

폴은 사랑을 받지만,
그 사랑에 몸을 던지지 않는다.
그건 어쩌면 그녀가 이미 세상과 타협한 방식이기도 하고,
삶의 무게를 이해한 사람의 방식이기도 하다.

이 소설을 덮고 나면,
우리는 사랑이 무엇이었는가보다
사랑이 끝난 후에도 무엇이 남는가를 생각하게 된다.

아쉬운 점
극적인 장면을 기대하는 독자에겐
이 소설이 지나치게 정적이고, 내면 중심적일 수 있다.
하지만 그것이 사강의 스타일이며,
이야기를 천천히 따라가면 결국 그 감정의 깊이에 압도당하게 된다.

 



추천 대상
사랑에 지쳐본 사람

감정의 온도 차이로 상처받아본 사람

관계 속에서 선택하지 못한 채 살아온 사람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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